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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기록장

소속감이 주는 안정과 불안 [읽쿠의 자존감 향상 에세이]

by 읽쿠 2023. 8. 2.

읽쿠의 자존감 향상 에세이(4)
| 소속감이 주는 안정과 불안

 

대학 졸업의 끝에서 스스로를 책임져야 할 나이가 되면 소속감이 사라진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다는 것은 꽤 불안한 일이다. 자신의 몸을 컨트롤할 수 있는 장치는 오로지 정신력에 달려 있고, 지금 나의 행동 하나하나가 바라던 미래로 가고 있는 게 맞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집 밖을 나서면 사람들이 유난히 바빠 보인다. 마치 그들이 사는 세상은 따로 있는 것처럼. 이처럼 소속감이 없다는 것은 24시간 지진이 발생한 지역에 홀로 남겨진 것처럼 불안하고 외로운 것이다.

 

소외의 불안 + 정체의 불안

하지만 한 회사에 소속되어 매일 출퇴근을 하는 것도 마냥 안정적이지만은 않다. 내가 있는 자리에서 주어진 일을 열심히 했을 뿐인데 이상하게 정체되는 느낌이 들고, 고인물이 돼버릴 것 같은 불안감이 든다. 소속감이 없는 게 '세상에 혼자 소외된 듯한 불안'이라면 소속감이 있는 것은 오히려 '세상에 혼자만 멈춘 듯한 불안'이 항상 도사리고 있는 듯하다. (대신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은 정체의 불안보다 더 큰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다.) 나는 지난 10년 간 두 세번의  퇴사를 겪으며 이 두 가지 불안을 번갈아 느껴왔고, 지금은 또다시 자발적으로 소속감이 없는 불안 속에 살고 있다. 

새벽까지 야근하던 날 모두를 웃게했던 아이스크림 사고_ 힘들었지만 이 순간은 즐거웠다.

'마케팅'이라는 분야에서 일했기 때문일까.  매일 똑같은 일만 하고 있는 나와 달리, 이것저것 시도하고 성과를 낸 다른 동료들을 볼 때마다 유난히 내가 작게 느껴지곤 했다. 한 때는 눈을 딱 감고  조금만 더 버티면 나도 어디서든 당당한 전문가로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 체감되는 것은 연차만 쌓이고 할 줄 아는 게 적은 물경력이었다.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해 상경을 하고 이직도 했는데, 그저 원래 살던 우물에서 옆 동네의 우물로 이사한 느낌이었다. 이쯤 되니 '내가 능력에 비해 너무 많은 꿈을 바라고 있는 건가'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안정을 위해 안주하며 살아야 할까? 

얼마 전 동료들과 함께 모여서 우연히 나눴던 대화 주제가 있다.그냥 이대로 안주할 것인가, 아니면 더 나은 곳으로 옮길 것인가. 내가 마음속으로 동경하던 동료들 마저도 소속감이 주는 월급의 안정감과 정체의 불안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생각 없이 다니면 지금도 괜찮아! 안정적이잖아."
"40대가 되고 50대가 되어도 괜찮을까?"
"그러다 우리 고인 물에서 썩은 물로 변할 수도 있어"

끝이 없는 토론 속에서 나는 '사실 우리 모두는 성장하고 있고,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을 매 순간 체감하고 싶어 한다'라고 느꼈다. 그러다 보니 자신과 다른 사람의 모습을 끊임없이 비교하게 되고, 자신뿐만 아니라 소속된 회사가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가끔 지치면 그냥 기계처럼 생각 없이 다니자고 체념할 때도 오는 것 아닐까.

 

적당한 불안은 항상 필요하다.

퇴사 후 휴식기를 가진지 4개월이 넘었다. 그동안 망가졌던 몸을 치료하고, 글을 쓰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잡코리아, 사람인, 리멤버 등 여러 채용 플랫폼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회사를 찾아보고,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만들었다. 포트폴리오를 작성하면서 내 경험이 물경력이라고 느꼈던 퇴사 전 생각과는 달리, 지금까지 꽤 많은 노력으로 적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체될 것 같은 불안감이 오히려 내가 현실에 안주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한창 불안했던 시기 새벽 1시 퇴근 인증

상경 후 두 번째 이직을 준비하는 지금.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직장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회사를 찾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회사를 가게 되든, 정체될 수 있다는 불안을 완벽히 없애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적어도 업계 4년 차인 나에게만큼은...) 하지만 그 불안에 싸여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일은 그만두기로 하자. 지금의 내 모습이 미래까지 그대로 변함없을 거란 생각도 그만두자. 소속감이 주는 안정을 편하게 즐기고, 불안은 충분히 활용하자. 그렇게 1년, 3년, 5년이 지나면 반드시 내가 바라던 나의 모습을 만들 수 있을 거라 확신하며 :)

 

p.s) 이 시대의 모든 MZ, 아자아자 화이팅! 

 

-2023. 08.02. 읽쿠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