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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기록장

[책 리뷰] 생각이 너무 많은 서른 살에게(메이븐/김은주)

by 읽쿠 2023. 6. 29.

◎ 읽쿠 추천 : 따뜻하고 따끔하고 뜨거운 격려를 받고 싶은 서른 살에게 추천

 

어제(6/28)부터 만 나이가 시행이 되고 다시 서른이 되었다. 한 살 어려졌지만 딱히 기쁘진 않다. 생일이 지나기 전에 시행되었다면 아주 잠깐은 20대의 기분을 느낄 수도 있었을 텐데, 하필 딱 생일이 있는 달에 만 나이 시행이라니. 뭐, 29살 인생을 한 두 달 더 살아본다고 해도 딱히 특별한 기분을 느낄 것 같진 않지만 서운한 건 어쩔 수 없네. 

 

만 나이 시행 전, 서른이 되는 해인 2022년 1월에 5일 간 국내 여행을 다녀왔다. 혼자서 1박 이상의 여행을 해본 적이 없는 내겐 굉장히 큰 결심이자 도전이었다. (엄마의 반대를 반대하기 위해 가족에겐 비밀로 다녀옴) 그때는 '서른'에 대한 깊은 생각과 정리가 필요했던 것 같다. 막상 서른이 되고 나니 밤낮으로 일하느라 서른이 뭐고 어른이 뭔지 고민할 시간 따위는 없었지만.. 

 

여행을 준비하던 중 우연히 '생각이 너무 많은 서른 살에게'라는 책이 눈에 띄었다. 마치 교보문고가 생각이 이렇게도 많고 복잡한 29.9살에게  '너! 올해 서른이지?'라며 툭 던져준 책 같았다. 여수로 가는 KTX 기차에 오름과 동시에 이 책의 첫 장이 펼쳐졌다.(생각보다 두껍고 담아두고 싶은 문장이 많아서 완독까지 거의 석 달은 걸린 것 같다.) 쉬고 있을 때도, 이직을 하고 자존감이 떨어졌을 때도, 무기력할 때나, 일이 잘 안풀릴 때마다 꺼내 읽을 만큼 따끔하고도 따뜻한 선배의 충고가 담긴 책이다. 혹시 나처럼 지나치게 생각이 많다면 꼭 서른이 아니라도 읽어보길 추천한다. 

 

메이븐/생각이 너무 많은 서른 살에게

1. 간략한 내용

세계적인 기업 구글에 입사하여 수석 디자이너의 자리까지 오른 김은주 디자이너님의 이야기다. 책의 제목만 보면 읽쿠와 같이 두려움이 많고 방황하는 30대에게 딱 어울릴 것 같지만, 사실 미래에 대한 막연함과 의지박약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이라면 나이 불문 모두에게 동기부여를 줄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해외로 진출하게된 남편이 계기가 되어 함께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영어 한 마디하는 것도 어려웠고, 마땅한 직업이 정해진 상태도 아니었지만 맨땅에 헤딩이 무엇인지를 몸소 체험하며 불굴의 의지로 대학원 진학과 취업에 성공한다. 낯선 땅에서 적응하고, 잘 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 속에 그녀가 품었던 다양한 고민과 생각들이 잘 드러나 있다. (읽다 보면 약간 자서전 느낌도 난다) 

'생각이 너무 많은 서른 살에게'는 세세하게 분류한 챕터만 봐도 똑부러진 작가의 성격이 드러나는데, 덕분에 읽쿠는 첫 장부터 슥슥 읽어가기보단 지금 상황에 꼭 필요한 말을 듣기 위해 보고 싶은 부분부터 골라 읽었다. 이렇게 읽어도 충분히 흡수될 수 있을 만큼 따끔하고 따뜻한 책이다. 

 

2. 필사 모먼트

우린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준비가 잘 되어 있다.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오늘이라고 오늘을 살지 않고 어제에 머물러 있지 않기를 바란다. 내일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내일을 포기하지도 않기를 바란다. 오늘을 살아야 한다. 그 날이 그날 같고, 오늘 하루 열심히 살아도 아무 일도 안 일어날 것 같지만, 그런 하루하루가 모여 1년이 되고 10년이 되어 나를 만든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고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른다. 느려도 괜찮으니 오늘의 나를 열심히 살아 내길 바란다. 어느 날은 망한 듯하고, 어느 날은 빗나간 듯 하고, 어느 날은 다 포기해 버리고 싶어 지더라도, 나를 지켜 줄 사람은 나밖에 없다.

일이 전부고, 일로써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던 읽쿠는 면접을 볼 때도, 인사 평가를 받을 때도, 직장 선배와 동료들도 모두 나의 부족함을 발굴해내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작은 실수에 매우 연연하고, 미안해하고, 항상 쫓기고 자책했던 것 같다. (물론 지금도 별반 다를 것 없지만..) 하루 일정 중 실패가 발생하면 내일, 모레, 일주일 내내 영향을 받기도 하는 나약한 읽쿠에게 아주 필요했던 말이다. 읽쿠야~  오늘의 나를 열심히 살아내길.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나를 괴롭히는 생각은 두 가지였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다는 것. 
그런 내가 너무 싫다는 것.

이 부분은 우리 모두가 공감하고 있지 않을까?(그렇게 생각하기로 함)

상황이 이 지경인데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최선을 다할 마음의 용기조차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고 포기할까, 말까, 도망칠까, 눈 딱 감고 일단 할까를 무한 반복 고민하는 것이다. 이런 고민을 하고있는 내가 싫은 거지.

 

나 혼자만 힘든 게 아니었구나

내가 누구인지, 왜 여기에 있는지 헷갈렸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 싫어 그곳을 떠났는데, 바다로 둘러싸인 더 작은 섬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나 자신에게 화가 났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바뀐 건 아무것도 없는 듯했습니다. 

극한 공감과 눈물을 쏟아내게 만든 부분 '우물 안의 개구리' 이야기다. 대구에서 직장 두 곳을 다니다가 좀 더 큰 곳을 바라보고 싶다며 서울에 왔는데 작은 원룸방에 갇혀 있는 느낌이었다.  멋있고, 재미있는 일을 하며 전문가로 성장하고, 더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는 사회 구성원이 되고 싶었는데, 회사 컴퓨터 앞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작은 원룸 안에서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나를 볼 때마다 화가 나기도 했다.  처음엔 내가 사회 부적응자가 된 듯 암울했는데, 누구든 새로운 곳에서는 바다에 둘러싸인 작은 섬에 갇힌 듯,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거구나 생각이 들었다.

 

흔들리지 않는 강한 자존감을 갖고 싶다면

커리어 장수의 비결은 재미있게 즐기면서 일하는 것이다. (중략)
재미를 느끼려면 자신의 기질과 성향에 맞는 일을 찾아야 하고, 커리어를 오랫동안 유지하려면 자존감으로 마음 근육을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재미있게 즐기면서 일하는 것이 가능할까? 재미있던 것이 일이 되는 순간 스트레스로 변하고, 휴일이 되면 회사가 있는 방향으로 쳐다도 보고 싶지 않다고 하는데 과연 나의 기질과 성향에 맞는 일을 찾으면 정말로 즐기면서 일할 수 있을까.

가장 원하는 삶이지만 공감할 수 없는 문장이다. 이 문장을 인정하는 순간, 지금 읽쿠가 하는 일이 읽쿠의 기질과 성향에 잘 안 맞다는 것도 인정하는 것 같다. 아직 사회생활을 그렇게 오래 하진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과 목격담으로써 커리어를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여기서 또 생각나는 짤이 있군.

피겨 스케이팅 선수 김연아님의 훈련 인터뷰에서 '무슨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에 김연아 님의 답

"무슨 생각을 해요. 그냥 하는 거지"

아, 모델 한혜진 님도 그랬지, "그냥해! 생각하지 마"

 

스트레스를 주는 인간들로부터 나를 지키는 법

인생은 종종 무엇이 더 나은가의 선택이 아니라 무엇을 더 참을 수 있느냐의 선택이다. 
남아서 또라이 상사를 참을지, 떠나서 광야의 고통을 참을지의 선택처럼.
더 버티는 게 영혼을 갉아먹는 일이라는 판단이 선다면 얼른 '손절'이 답이다. 버틸 수 있는 끈기도 중요하지만, 필요할 때는 끊어 내는 용기와 판단력도 중요하다. 이건 루저도 아니고 포기도 아니다. 나를 지켜 내는 일이다. 

1년 전에 읽었던 문장을 보며 '그래, 떠나야 할 때는 떠날 수 있어야 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떠나고 보니 광야의 고통을 참는 것은 매우 어렵다. 직장에서 받는 고통과는 어나더 레벨이랄까. 눈 한번 깜박하면 돈이 나가고, 수시로 찾아오는 무기력증을 스스로 이겨내야 하고, 그 어떤 통제도 없기에 자신의 의지가 중요한 곳이 바로 광야다. 광야를 걷고 있는 지금 다시 본 이 문장을 보며 다시 다독일 수 있었다.  의지박약인 읽쿠가 기어코 선택한 광야는 자신을 지키기 위한 위대한 선택이었다!! (그래서 언제 끝나 광야..?)

일주일에 한 번씩 퇴사를 고민했던 1년 전 읽쿠의 메모

실패하고 싶지 않다는 건 도전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실패한 경험이 적다는 건 다시 말하면 도전하지 않았거나 실패하지 않을 정도로만 도전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는 잘될 확률보다는 잘 안 될 확률이 더 높다. 남들이 잘하는 일을 내가 하면 잘 안 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실패로부터 단단해지는 내공이다. 이 내공은 실패의 원인을 아는 지식이기도 하고,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기술이기도 하고, 다음 도전을 위한 맷집과 배짱이기도 하다.

실패를 하고 싶지 않은 건 도전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그저 용기가 없을 뿐이다.

남들이 잘하는 일을 내가 하면 잘 안 되는 경험을 읽쿠는 어릴 적부터 항상 겪어왔다. 그래서인지 실패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고, 항상 안정적인 선택을 해왔었던 것 같다. 대학입시부터 말이다. 아마 자존감은 그때부터 쭉 낮은 상태였나 보다. 자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보기를 꺼려했고,  그래서인지 항상 새로운 것을 직면할 때마다 두려웠다. 

상경 후 그것들을 하나씩 깨부수고 있는 중이다. 왜 이렇게 밖에 못할까, 나를 원하는 회사는 없는 걸까?라는 생각은 조금씩 줄여나가고 있다.  이 문장이 읽쿠의 정곡을 쿡쿡 쑤시는 구간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실패할 용기를 키울 생각은 없다.

실패할 용기를 키우는 것보다  도전할 용기를 키워보자고 말해주면 어떨까?  

 

하루에 교훈 세 가지씩만 적어볼 것

틀릴 수도 있고, 잘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자기애는 있어야 한다.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나여야 한다.

살아가는 데 있어서 자기애가 이렇게 중요하다는 것을 이제애 깨닫는다.

초등학교 때부터 자기애 키우기 연습을 교육처럼 해줬다면 좀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영어를 잘 못해도 주눅 들 필요가 없는 이유

내가 가진 보석들을 돌멩이로 치부할 이유는 없다. 내가 가진 매력을 인지하고 충분히 내 것으로 즐길 때, 그때 비로소 내가 빛난다. 내가 아닌 것으로 감싸고 숨기고 치장하면 할수록 진짜는 사라지고 가짜만 남는다. 사람들은 가짜를 금방 알아차린다. 내가 가진 보석이 빛을 내지 않으면, 사람들은 본인들이 가진 잣대로 값을 매긴다.
내 보석 값은 내가 매긴다. 

최근에 면접을 보면서 현타를 세게 맞았다.  첫인상을 좋게 보이려고 단정하게 꾸미고, 면접에서는 세상 밝은 사람인척, 일이 너무 재미있고, 아주 적합한 인재인 척한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읽쿠는 친한 사람과 있을 때만 E형이 되고, 상위 간부의 부당한 행동을 무조건적인 충성도 못하고, 야근이 괜찮지도 않고, 회식을 좋아하지도, 술자리가 그렇게 즐겁지만도 않은데, 면접을 보는 시간동안은 전혀 다른사람이 되고 있었다.  '이 업계에 있으려면 이정도의 밝음과 친화력은 필요해'라는 고정관념에 굴복한 느낌이었다. 그런 모습이 아니어도 잘 할수 있고, 잘 해왔는데 말이다. 

결국 읽쿠는 자신의 모습을 부정한 것 과 다름없었다. (현타 심하게 와서 합격했는데 안감.. 못 감...)

나의 모습을 내가 사랑하자, 내 모습의 장점을 존중해 주고, 내가 매긴 내 보석의 값을 존중해 주는 회사를 만나자.

 

면접관의 마음을 사로잡는 면접의 기술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나 자신이 나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조차 사랑하지 않는 나를 누군가에게 봐 달라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리고 면접은 면접관의 일이 아닌 나의 일이라는 자세다. 내가 스토리의 작가이고, 감독이고, 주인공이다. 행운을 빈다.
면접관에게 상처받을 마음의 공간을 만들지 말자. 면접관 중에는 가끔 쓰레기를 투하하는 못된 사람들이 있는데, 행여나 그런 말을 들었다면 얼른 쓰레기 통으로 보내자. 불합격 통보는 내게 하자가 있다는 게 아니라, 서로 궁합이 맞지 않다는 것이다. 얼른 잊고 새 연인을 찾자.

이번 독서노트를 쓰고 있는 지금, 읽쿠는 면접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참 이상하게도 중소기업들은 면접까지 보고와도 불합격 통보를 딱히 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더 상처를 받는 것 같다. 불합격 통보를 하는 것도 귀찮을 만큼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한 걸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지금 시기에 딱 좋은 충고를 받은 것 같다. 

내가 하자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궁합이 맞지 않았구나. 다음엔 불합격 통보까지 줄 수 있는 나처럼 예의 있는 회사를 찾아야지! 

 


3. 완독 소감

 

이 책은 일에 치여 힘들고, 나 자신이 버겁게 느껴질 때 꽤 괜찮은 멘토의 역할을 해줬다. 한 권의 책 안에 공부, 취업, 진로, 경력 등 다양한 충고와 격려가 담겨 있지만, 저자는 그 모든 것의 중심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 있다고 말한다.

몇몇 독자들은 그저 자기 자랑만 늘어놓은 책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히려 읽쿠와는 정반대의 상황에서, 나는 직접 실현할 수도, 상상할 수도 없는 상황을 이겨낸 경험담이기에 더욱 와닿았던 것 같다.  작심삼일로 항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마는 나에겐 삼일에 한 번씩 필사한 부분만 봐줘도 아주 좋을 것 같은 책이다. (실제 책에는 밑줄 친 부분이 굉장히, 심각하게 많음)

 

혹시  '무언가를 도전하기에 나이가 너무 많은 것 같다' 거나, '남들에 비해 너무 물경력이다'라고 느끼거나, 사람관계와 사회생활 속에서 자존감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한 번쯤은 김은주 디자이너의 따끔 따뜻한 충고를 들어보길 추천한다. 20 대건, 30 대건, 40 대건 누구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