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읽쿠의 추천: 스콧 피츠제럴드의 문장에 감탄, 개츠비의 바보 같은 사랑에 화남과 애림, 그리고 행복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소설
(☆☆소설을 읽은 후 반드시 영화도 시청할 것!!☆☆)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를 통해 스콧 피츠 제럴드를 알게 되었고, 그의 소설을 기반으로 제작한 영화 '위대한 개츠비'를 찾아봤다. 영화는 마법의 성만큼 커다란 개츠비의 대저택과 대공황 시기를 살던 사람들의 빛과 그림자를 제대로 표현된 명작이었다. 같이 뛰어들어 놀고 싶은 대저택의 파티와 데이지를 향한 개츠비의 마음이 안타까워 안아주고 싶을 만큼 몰입감이 대단한 영화였기에 읽쿠는 또 다른 기대감으로 원작소설을 펼치게 되었다.
역시 책은 영화보다 몰입감이 대단했다, 영화로는 표현하기 어려웠던 감정선이 문장에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심오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가볍지 않고, 어렵지 않지만 술술 읽힐만큼 스콧 피츠 제럴드의 문장력은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그야말로 '작품'이다. (이러니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남주가 스콧을 보고 펄쩍 놀랄 수밖에...)
1. 간략한 내용
이 책은 미국이 1차 세계대전 이후,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던 재즈와 낭만의 시대가 배경이다. 화자 '닉 캐러웨이' 는 1차 세계대전 이후 채권업을 배우기 위해 미국 동부로 거처를 옮긴다. 그는 사촌동생인 데이지와 그녀의 남편이자 대학 동창인 톰과 같은 동네 '롱 아일랜드'로 이사를 하는데, 우연히 그가 구한 집의 바로 옆집이 '개츠비'의 집이다. 개츠비의 대저택에서는 매일 밤 화려한 파티가 열리고, 닉 역시 개츠비의 초대로 그의 파티에 참석하며 친해지게 되며 사촌동생인 데이지와 개츠비가 과거 연인사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사실 개츠비는 데이지와의 재회를 위해 막대한 재산을 모으고, 화려한 파티를 매일 열어 왔던 것. 닉의 도움으로 개츠비는 데이지와 다시 재회하지만, 질투를 느낀 톰이 개츠비의 정체를 폭로하고 모함하는데...
2. 필사 모먼트
인간의 행동이란 단단한 바윗덩어리나 축축한 습지에 근거를 둘 수도 있지만, 나는 일정한 단계가 지난 뒤에는 그 행위가 어디에 근거를 두는지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지난해 가을 동부에서 돌아왔을 때, 나는 이 세계가 제복을 차려입고 있기를, 말하자면 영원히 '도덕적인 차렷' 자세를 취하고 있기를 바랐다. 나는 이제 더 이상 특권을 지닌 자의 시선으로 인간의 내면세계를 오만하게 들여다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오직 이 책에 이름을 제공해 준 개츠비만이 내가 이런 식으로 반응하지 않는 예외적인 인물이었다.
그래, 결국 개츠비는 옳았다. 내가 잠시나마 인간의 속절없는 슬픔과 숨 가쁜 환희에 흥미를 잃어버린 것은 개츠비를 희생물로 삼은 것들, 개츠비의 꿈이 지나간 자리에 떠도는 더러운 먼지들 때문이었다.
항상 비밀스럽과 거짓된 과거로 둘러싸여 있다고 소문난 개츠비는 어쩌면 닉이 만난 사람 중에 가장 솔직하고, 가장 순수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비록 그가 데이지를 향해 달려가는 방법이 물질적인 풍요를 채우는 것으로 나타났을진 몰라도, 베일에 싸여 있던 그를 이용하고, 소비했던 많은 사람들보다는 훨씬 진실된 사람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고개를 돌려 개츠비가 어디 있는지 보려고 주위를 살폈다.
이 세상에는 수군거릴 만한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잘 아는 사람들조차 그에 관해 수군거린다는 것은 그만큼 개츠비가 세상 사람들에게 낭만적인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증거였다.
개츠비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밤새 그의 집에서 먹고 즐기고, 민폐를 끼치며 온갖 허영과 사치를 부리던 사람들.
결국 그들에게 개츠비는 술과 함께 와그작와그작 씹어 먹는 비스킷에 불과한 사람이었다.
때때로 나는 마법에 걸린 듯한 대도시의 황혼 녘에 주체할 수 없는 고독감을 느꼈고, 사람들에게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가령 식당에서 외롭게 저녁 식사시간을 기다리면서 쇼윈도 앞에서 서성대는 가난한 젊은 사무원들, 밤과 삼에서 가장 강렬한 순간들을 낭비하며 어스름 속을 헤매는 젊은 사무원들에게서 말이다.
증권업에 종사하기 위해 미국 동부로 거처를 옮긴 닉의 시선이다.
높은 빌딩, 그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화려한 불빛과 음악들은 멀리서 봤을 때 풍요롭고 환상적인 도시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메리칸드림을 꿈꾸고 있는 외롭고 가난한 사람들도 적지 않게 보이는 빈부격차의 시대다.
이 문장에서 나는 서울의 밤거리와 꿈을 갖고 상경한 우리들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듯했다.
시계가 세면대 위에서 째깍거리고 촉촉한 달빛이 바닥에 아무렇게나 벗어 놓은 옷을 적시는 동안,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한 우주가 그의 머릿속에서 실타래처럼 피어났다. 매일 밤 그는 졸음이 몰려와 생생한 장면을 망각의 포옹으로 감쌀 때까지 새로운 환상을 계속 늘려 나갔다. 얼마동안 이런 환상은 그의 상상력에 돌파구를 마련해 주었다. 현실이 꿈처럼 비현실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충분한 암시요, 이 세상 주춧돌이 요정의 날개 위에도 안전하게 세워질 수 있다는 약속이었던 것이다.
데이지를 향한 개츠비의 꿈이 시작된 것을 표현한 문장이다.
그의 낭만과 환상이 얼마나 크고 화려한 지, 이 모든 꿈을 이루기 위해 움직이는 개츠비의 환상이 또 환상을 낳아 현재의 모습이 건설될 수 있었다는 것을 한 문단에서 알 수 있는 듯하다.
그는 마치 한 줄기 바람이라도 잡으려는 듯, 그녀가 있어 아름다웠던 그 도시의 한 조각이라도 간직해 두려는 듯, 필사적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나 이제 눈물로 흐려진 그의 두 눈으로 바라보기에는 도시가 너무 빨리 지나가고 있었다. 그는 그 도시에서 가장 싱그럽고 가장 아름다운 것을 영원히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그 옛날의 따뜻한 세계를 상실했다고, 단 하나의 꿈을 품고 너무 오랫동안 살아온 것에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고 느꼈을 것이 틀림없다. 그는 장미꽃이란 얼마나 기괴한 것인지, 또 거의 가꾸지 않은 잔디 위에 쏟아지는 햇살이 얼마나 생경했는지 깨달으면서 무시무시한 나뭇잎 사이로 낯선 하늘을 올려다보며 틀림없이 몸서리쳤을 것이다. 현실감이 없으면서 물질적인 새로운 세계, 가엾은 유령들이 공기처럼 꿈을 들이마시며 되는대로 이리저리 방황하는 새로운 세계... 형체도 없는 나무를 헤치고 그를 향해 서서히 미끄러지듯 다가오는 저 잿빛 환영처럼.
소설 속에서도, 영화 속에서도 목표를 상실한 개츠비의 눈빛은 추첨을 잃은 것처럼 공허함이 느껴졌다.
'이렇게만 하면,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며 앞만 보고 달린 과거와 현재 시대 청년들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아메리칸드림이 더 이상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을 전적으로 개츠비를 통해 느낄 수 있었던 단락이었다.
개츠비는 그 초록색 불빛을, 해마다 우리 눈앞에서 뒤쪽으로 물러가고 있는 극도의 희열을 간직한 미래를 믿었다. 그것은 우리를 피해 갔지만 별로 문제 될 것은 없다. 내일 우리는 좀 더 빨리 달릴 것이고 좀 더 멀리 팔을 뻗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맑게 갠 날 아침에....
그리하여 우리는 조류를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 가면서도 앞으로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이다.
(위대한 개츠비 마지막 문단)
이상하게 서글펐던 마지막 문장.
3. 완독 소감
'위대한 개츠비'는 변질된 미국 사회를 바라보는 스콧 피츠 제럴드의 시선을 소설 속 '닉 캐러웨이'의 목소리를 빌려 보여주는 고전 소설이다. 개인적으로는 '고전'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을 만큼 과거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도 잘 반영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소설을 읽으며 가졌던 가장 큰 의문은 '과연 그들은 진짜 상대를 사랑했는가?'이다.
데이지는 개츠비를 진정으로 사랑했는가. (부와 명예를 가지고 있으며, 자신과 딸에게 안정적인 울타리가 되어줄 남편(톰)은 분명히 사랑하지 않았다.) 반면에 데이지의 남편인 톰은 데이지를, 그리고 내연녀였던 머틀을 진정 사랑했는가.
마지막으로 개츠비는 데이지를 진정 사랑했는가. 여기서 데이지를 향한 개츠비의 마음이 '사랑'이었는지, 아니면 성공을 향한 개츠비의 꿈이 '데이지'로 형성되어 집착이 된 것인지.
작품을 읽는 사람마다 생각하는 초점은 모두 다르겠지만, 마지막 장을 덮고 난 뒤 나는 그들은 사랑이 아니었던 것으로 결론을 내게 되었다. 물질적 풍요에 대한 욕심과 집착이 개츠비를 포함한 소설 속 인물들에게 '사랑'으로 표현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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